'픽션'에 해당되는 글 7건

  1. 躁증 1 2008.10.11
  2. 출근버스의 아저씨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3 2008.10.06
  3. 想念 2008.09.28
  4. 지독한아침 2008.09.20
  5. 텔레파시 5 2008.08.28
  6. 말이 줄었어 2 2008.08.21
  7. If you don't mind 2008.08.17

躁증

from 이야기 2008. 10. 11. 22:35


 


























꿈은 꿈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
내가 그곳을 찾아가고,
내가 지나간뒤 당신은 그곳을 찾아가고,
서로 엇갈린 흔적을 탐닉하며,
만나지 않은채 얘길하고.
그건 꿈속의 대화일뿐, 현실의 대화가 아니다.
내가 좀 더 현실로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더라면 당신은 현실로 나와주었을까?
아니, 가끔 얼굴을 내밀뿐 온전히 나오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리고 나도 어쩌면 그런 존재 하나쯤은 놔두는 편이 좋을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
현실적인 대화를 하면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와는 어땠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대화를 했었던가? 어떤 얘길 했었지?
아니, 그와도 꿈속의 대화를 했던건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만나는 순간 하얀 거품이 되어버린것은 아닐까.
잘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기억은 더욱 희미해지고, 불확실해져만 간다.
이름 이니셜이 같다고 신기해하던 그 말부터 어쩌면 꿈속의 말이었을지도.



#
꿈에서 꿈으로 마음이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텔레파시의 과신은 현실의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기에 그만둔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래선 안된다는것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하지만 이따금 나는 혼동한다.
내가 어제 당신에게 했던 그 말은 현실이었을까, 꿈 속 이었을까.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라는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혼동을 하고 있는것뿐이다.



#
사랑은 알것도 같은데, 연애를 모르는 이유는 그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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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지,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오던 날이었다. 때아닌 폭설과 무슨 탈주범 때문에 도로 통제가 일어나서 어쩔수없이 지각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날은 아마도 월요일 아침이었고, 버스는 유래없는 초만원 상태였다. 어느정도였느냐하면,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의 주위로 빼곡히 사람들이 서있었고, 창문은 뿌옇게 김이 서려 한치 앞도, 바깥 풍경도 볼 수 없었다. 모두들 직장에 전화를 하느라, 그리고 체념하느라 앉아있는 사람도 서있는 사람도 힘든 그런 날이었다. 그때 그런 버스에 어떤 남자가 탔고, 뒤로 들어갈 구멍이 없었기 때문에, 앞에 겨우겨우 끼어있었다. 그리고선 뒤로맨 가방이 불편했던지 어깨에서 내려 바닥에 내려놓은걸 내가 들어줬는데, 그 다다음날 아침 버스에서 그 남자를 또 만났다. 세상에 나는 운명인가 싶었다(웃음) 그도 그럴것이 뒷자리로 들어가지 않고 맨 앞자리에 앉은 내 옆에 앉았으니까. 게다가 앉기 전엔 날 쳐다봤다고! (폭소)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 남자는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아슬아슬하게 지각할듯한 버스대신 안전한 전철을 탔다.(눈물)


오늘 오랜만에 버스를 다시 탔는데, 그 일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 버스를 1년전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더라.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또 옆자리에 어떤 젊은 남자가 앉는거다!(두둥) 앞에 자리도 많은데!.......는 뻥이고 무튼 앉았다. 난 음악을 듣고 있었고, 졸린 아침이었고, 이 남자도 졸린 아침이었다. 버스리듬에 맞춰 둘다 신나게 졸았다.
그렇게 졸린아침 둘이 만나면 어째서ㅅ 모양으로 기대고 자버리는걸까? 언제 봤다고.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는 지금 무척 졸리고, 고개는 아프고, 괜찮으면 잠시만 빌립시다. 이런게 암묵적인 합의가 되는가보다. 그게 의식속에서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뭐야 이 여자 하면서 밀쳐버렸을지도모른다!(갓뎀) 그렇게 또 버스에서 소설한편을 쓰고 내렸다.


집에 오는길에 그 버스를 또 타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아침에 그렇게 많던 젊은 아저씨들은 대체 퇴근버스에선 왜 보이지 않는거지?!
일찍 퇴근을 못하거나, 아니면 안하거나, 아니면 한잔하고 계시거나,,, 그런건가요?!
월요일임에도 유래없이 텅텅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평소같았으면 헤드뱅잉을 하고도 모자랐을텐데, 한잠도 안자고 왔다. 내일 그 아저씨 또 만날 수 있으려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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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念

from 이야기 2008. 9. 28. 23:58

1.
기다리는것도
기대하는것도
쉽지않겠지요

마음에 품는것이
너무나 오래되어

밖으로 꺼내는데에
시간이 너무오래죠

조금만 서둘렀다면
혹시나 바뀌었을까
애달픈 마음이지만

설령 서둘렀다해도
당신
그대로 였을것같음에

이제는 생각도접고
그대로 품으렵니다


2.
고이 담은 마음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띄우니
그저 잘 받아주시기를

파랗고 높은 바람에
잘 날아갈 수 있을만큼 가벼이 담아서
행여나 짐은 되지 않을까 하는 맘.
제 상처 생각보다
더 많이 하였음을 느껴주시기를

그리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그랬던 것이라
변명아닌 변명 하고 싶지만
그저 잊지만 말아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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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아침

from 이야기 2008. 9. 20. 01:25


여느때와 다름없는 밤이었다.
오전내 읽다만 소설책을 마저 다 읽고 왠지 지쳐버려서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잠에 완전히 빠지기전 건넌방에서 아주 작은 기척을 느꼈다는것이다. 무엇인가가 방문을 열고 나와서 거실로 걸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타닥 타닥 타닥. 극도로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나는 그 정체모를것이 내 방문을 열지 않을까 긴장하며 엎드린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신경은 발자국 소리를 따라갔고, 조금 더 날카로워져서 정체를 알아냈다. 강아지였다. 늙은 우리집 강아지. 타닥 타닥 타닥. 언제나처럼 모두 잠든 어둠속을 그렇게 서성거리곤 하는거겠지. 이내 안심이 되었고, 더 이상 신경이 날카로워지는일은 없었다.

평소처럼 여러가지 꿈을 꾼다. 일어나면 기억나지 않을 꿈, 며칠이고 한동안 계속 기억에 남을 꿈. 그렇게 한참 뒤죽박죽 꿈의 세계를 유영하다가 이상한 현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밀려오는 슬픔을 주체 하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고 소리를 내며 울었다. 기억나는것은 내가 우리집 강아지를 힘껏 내동댕이 치는 장면과, 내 친구중에는 없을 얼굴인 뚱뚱한 여자아이가 옆에 서 있었다는 것 정도. 왜 내가 우리집 강아지를 던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벌어진' 상황만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극심한 슬픔이 밀려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이 되어서 눈물로 터져버렸다. 울음이 터진 순간부터 꿈은 깨버린것 같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어쩌면 꿈과는 그다지 큰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잠들기 전 읽었던 책이 너무도 우울했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발소리에 신경이 예민했던 탓인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는 실로 오랜만에 울었다.  참으려면 더욱 커지는 그런 울음이었다. 뭐가 그리 슬펐을까.

몇 분뒤 눈물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마음을 주체할 수 가 없었다. 누구에게든 전화를 걸고 싶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6시. 벌써 아침이었다.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전화를 걸어도 상관없을것 같았다. 세사람 정도. 하지만 그만두었다. 삼십분 뒤면 나도 일어나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눈을 감았다. 슬픔은 옅게 남아있었고, 6시 30분. 알람이 울렸고 멍한 얼굴로 샤워를 했다.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가게엔 평소답지 않게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시간이 사라지고, 청소를 해도, 사탕을 먹어도, 초콜릿을 먹어도 좀처럼 그대로인 상태였다. 속초에 가서 메밀국수를 먹고 해돋이를 보면 사그라들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다. 최악.

내 문자메시지는 전부 블랙홀로 빨려들어갔고, 맘에 들었던 전에 그 가게를 찾는데만 사십분이상 걸렸다. 나는 몹시 지쳤고, 취한채로 쓰러져 자고 싶었다. 늘 마시던 걸로 마른 입을 달래고 멍하니 한시간을 보냈다. 취하지 않았고, 기분은 그대로였다. 삼년전의 세븐스타가 문득 떠올랐다. 싸-한 세븐스타. 그런기분으로 용캐 전철을 타고 집까지 제대로 걸어들어왔고, 제대로 씻고 제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근래에 겪어보지 못한 지독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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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파시

from 이야기 2008. 8. 28. 22:33


텔레파시따위 이미 오래전에 끊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럴땐 뭐라고 하면 좋을까?
아주 엄청난 우연?


왜 하필 난 오늘따라
집근처 던킨도넛에 들렀으며
집 앞 벤치를 유심히 보았고,
오늘따라 집 앞 벤치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난 그곳에 앉았고,
어째서인지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싶어서 전화기를 꺼내 만지작 거렸고,
오랜만인 친구와 전화를 하였고,
통화도중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가 끊어졌다가
배터리를 다시 바꿔낀뒤에 다시 통화를 하였고,
그 친구의 아빠로부터 전화가 와서 통화는 끝이났는데,
만지작 거리던 내 손위로
내가
전화해도 될까?
생각하던 사람의 전화번호가 뜨고
나는 또 끊어질까싶어 그 전화를 받았고
그렇게 오랜만인데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다


분명 텔레파시따위 끊어졌는데,
난 이제 큰의미를 두는 일따위 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인데,
이런건 참 뭘까. 싶었다.
그래서 의미두지 않고 참 기분좋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싸이도 그곳에도 쓰지 않고 이곳에 조용히 털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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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줄었어

from 이야기 2008. 8. 21. 17:49


다들 이런다, 내게.

[말좀해]
[말이 왜이렇게 없어요]
[나만 떠들어]
[만났으면 얘기를 좀 해야죠]

내가 말이 줄어든건가?
네가 말이 많은게아니고?

말은 하면 할 수록 공허해지고
글은 쓰면 쓸 수록 거짓이된다

난 단지 당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을 뿐인데.
난 단지 우리가 함께있는 그 시간을 느끼고 있었을 뿐인데.
난 단지 아무런 말 없이도 어색하지 않기를 바랬던 것뿐인데.

나의 바람은 너무 컸고
그래서 당신들은 힘이 들었던걸까
말을 멈추고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우린 너무 많은 말들을 지껄이고 있잖아.
그게 얼마만큼의 진실인지, 거짓인지, 자신도 모른채.
그렇게 열심히 말하지 않으면 죽기라도 할것처럼..


당신도 조용히 그 검푸른 바다위 일렁이는 조명을 보며
두근 거리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랬는데.

역시 친구의 말처럼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나보다.
그런가보다

만약 그때 말했더라면- 하는 가정을 지금에서야 해보지만,
무슨 소용있나요. 부질없다.
그리고 조금의 후회가 들었다.

당신이 들려준 이야기 만큼
내 이야기도 조금 들려줄껄
하지만 역시 뭐라 하면 좋을지는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당신은 계속 같은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런 얘기나 막 내뱉지 않은것.


말이 줄었다.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게 말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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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don't mind

from 이야기 2008. 8. 17. 22:5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가끔씩 놀라는 이유는, 그게 그렇게 되리라는것을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연락을 취했던것은 아니지만, 결론은 그렇게 되어있었다.
그런것을 무의식이라고 포장해도 괜찮은것일까. 그것도 의지인것일까.
그것을 들켰기 때문에 내 행동을 거짓이라고 생각한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 번 망가진것을 고치는것은 어렵다.
그사람은 그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째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한 번 망가진 그릇, 한 번 망가진 인간관계, 한 번 망가진 시간, 한 번 망가진 보금자리..
어째서냐고 나에게 되물어도 나는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나에게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한 번 망가진것은 어쩔 수가 없다.


존중과 의지와 이성과
본능과 기분과 마음은
참 곤란하다.

-뭐가 그리 심각하냐고 다그쳤지만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는 당신이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성을 요구하면서도 마음은 본능이다.

3류 로맨스 영화에서처럼 쪽지를 써두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담배를 한 대 피워볼 껄 하는 후회는 남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대신
전부 다 기억난다는 말이 다행인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무슨 경우인지 정리는 안된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모습에 내 생각도 접는다.

존중해준것은 고마와


끝나지 않을 키스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은
햇살가득한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그리고 우린 또 기약없이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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