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꿈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
내가 그곳을 찾아가고,
내가 지나간뒤 당신은 그곳을 찾아가고,
서로 엇갈린 흔적을 탐닉하며,
만나지 않은채 얘길하고.
그건 꿈속의 대화일뿐, 현실의 대화가 아니다.
내가 좀 더 현실로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더라면 당신은 현실로 나와주었을까?
아니, 가끔 얼굴을 내밀뿐 온전히 나오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리고 나도 어쩌면 그런 존재 하나쯤은 놔두는 편이 좋을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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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대화를 하면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와는 어땠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대화를 했었던가? 어떤 얘길 했었지?
아니, 그와도 꿈속의 대화를 했던건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만나는 순간 하얀 거품이 되어버린것은 아닐까.
잘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기억은 더욱 희미해지고, 불확실해져만 간다.
이름 이니셜이 같다고 신기해하던 그 말부터 어쩌면 꿈속의 말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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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꿈으로 마음이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텔레파시의 과신은 현실의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기에 그만둔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래선 안된다는것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하지만 이따금 나는 혼동한다.
내가 어제 당신에게 했던 그 말은 현실이었을까, 꿈 속 이었을까.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라는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혼동을 하고 있는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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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알것도 같은데, 연애를 모르는 이유는 그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