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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어컨 바람을 몹시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면, [24도 이하의 몹시 차가운 바람이 머리 위로만 불고 있는데, 어쩌다 밖에 잠시 나갔다 들어오면 실외와 너무나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온도차] 그게 싫다. 에어컨 속에서 꽁기꽁기하게 얼어버린 몸이 한여름 태양볓에 노곤노곤 찐득찐득 녹아내리는 그 느낌. 아- 정말 싫다. 적당히 보송보송한 실내야 땡큐지만 확실히 우리나라는 뭐든 너무 지나치다. 그 지나침이 너무나도 싫다. 솔직히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도 정말 시원한 실내건만, 덥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참 할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만다. 급하게 걸어왔다면, 오늘 하루가 너무나도 바빠서 온 몸이 땀이라면,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잠시 앉아서 숨고르겠다는 생각부터 하면 좋을텐데. 왜 덥다는 생각을 먼저하는지 모르겠다. 시원한 곳에 들어왔으면 [아-시원하다]를 먼저 해야지!!!! 이 똥개야..<-어이
그래서 여름가디건과 겨울반팔을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왜? 와이?!
냉방병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두시간마다 환기시키고, 에어컨온도는 25도로 맞추면 그럴 걱정 없다네 이사람아.
실내가 너무 더워서 어쩔 수 없다고? 좀 따듯하게 챙겨입자. 지금은 겨울이라구 이사람아.
여름이 괜히 여름인가. 더우니까 여름이지.
겨울이 괜히 겨울인가. 추우니까 겨울이지.
에어컨바람 하루종일 쐬고 있었더니 여름도 몰라보겠다.
주말에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왜이렇게 더운건가 싶은게, 아- 내가 에어컨따위에 길들여져버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 씁쓸했다.
그에 반해 선풍기는 좋아하지만, 머리위에서 돌아가는 선풍기는 에어컨보다 더 싫다.
학교다닐땐 진짜 저걸 부셔버리고 싶었는데..
에어컨 가동되는 실내에 오래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여기, 냉동실이구나.
눈도 바싹 말라서 핏줄이 서고, 몸도 꼬득꼬득 마르고, 냉동인간되기 어렵지 않겠구나.
소화도 안되고, 무기력해지고, 졸리기만 하고...
저건 악의물건이야!!!!
이런소리하면 복에 겨웠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구요.
여름에 땀 안 흘리면 언제 땀흘려요?
썬크림 잘 바르고 여름 햇볓 즐겨야죠.
그러다 시원하고 싶을땐 적당히. 적당히. 예?